남미여행 04 브라질 상파울루 파우메이라스 vs CR 플라멩구

축구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나서야 이 날 파우메이라스의 홈경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대는 명문 플라멩구. 빅매치였다. 놓칠 수 없기에 티켓을 샀다. 너무나 수월하게 샀다. 이상할 정도로. 약간 비싼 가격의 일반석 (빅버드의 E) 으로 구입했다.


 


티켓을 구입하고 다시 호스텔로 걸어와 주머니에 있는 모든 돈을 놓고 카메라만 덜렁 들고 갔다. 도대체 왜그랬냐 묻겠지만 처음보는 남미 축구장의 삼엄함은 가본 자만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밖에서부터 큰 덩치의 바라브라바들이 유일한 동양인인 날 뚫어져라 바라봤고, 꼬마 거지들은 마리화나에 취한 채 돈을 구걸했다.

 


더욱 무서웠던건 원정 서포터인 플라멩구의 바라브라바들이었다. 브라질 경찰들은 원정 응원단이 입장하기 전엔 모두 경기장의 벽만 바라보게 한다. 마치 범죄자들을 다루듯이. 벽만 바라보는 플라멩구의 바라브라바들은 눈을 흘기며 나를 바라봤다.


경기장에 입장하고 나선 마음이 좀 편해졌다. 진짜 유투브로 보던 남미의 바라브라바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정말 살아있는 응원을 봤다. 경기장이 낙후 돼서 화장실이 없는 관계로 관중석 밑에 설치된 푸세식 화장실도, 90분 내내 응원 없이 야유만 하던 플라멩구의 서포터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파우메이라스의 바라브라바들도 나에겐 잊을 수 없는 남미축구의 첫 경험이었다.

 



경기가 끝날 때쯤 참을 수 없는 갈증이 몰려왔다. 긴장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이다. 동전 하나도 가져가지 않았던 멍청한 나는 쓰레기통을 뒤져서 남을 콜라들을 모아서 주어마셨다. 모두 날 이상하게 봤지만 난 마치 바라브라바라도 된 마냥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라고 정신자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