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 11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데펜디엔테 vs 로사리오 센트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서 첫 경기 관람. 아르헨티나 싱코그란데(보카, 리베르, 인데펜디엔테, 라싱, 산로렌소) 중 하나인 인데펜디엔테 경기를 보러 갔다. 물론 혼자. 무슨 깡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한 경기장 위치를 몰라서 엉뚱한 곳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티켓도 예매 없이 무작정 갔다. 서포터석으로 들어가기 위해 암표를 사려했는데 암표상에게 돈을 주니 자기는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아 사기를 먹었나’ 했는데 근처 담장으로 가서 암표상 두 놈이 날 담 위로 던져줬다. 어쨌든 서포터석으로 입장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첫 서포터석. 아 인터넷으로만 보던 인차의 모든 것들이 여기 있었다. 경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배너들. 수 십명의 반다 인원들. 반데라를 잡기 위해 주먹질을 벌이는 소년들. 다행이었던 건 이 곳의 모든 사람들이 유일한 동양인 인 나에게 너무나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잘 하지도 못하는 스페인어로 의사소통했지만 모두가 좋아해줬다. 경기의 내용은 볼 수 없었다. 너무나 많은 배너들 때문에. 그냥 응원에만 집중했다. 친구들 덕에 코어의 구석구석을 구경 할 수 있었다.
이 날의 감동은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이었다. 택시를 타고 갔기 때문에 이 경기장이 어느 위치인지 몰랐다. 친구들은 자기들과 함께 인차버스를 타자고 했다. 인차버스란 축구 서포터들만 탑승하는 무료 버스인데 안전사고와 싸움이 끊이질 않아 앞 뒤로 항상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한다. 두근거렸다.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 처음 타보는 인차버스. 버스 뒷자리에는 무르가가 실려있었고 쉴새 없이 악기를 두렸다. 내가 선물했던 아발란차 스티커를 버스 창문에 붙이기도 하더라. 친구들이 내 숙소 위치를 물어봤다. 버스 행선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위치임이 틀림없었다. 숙소의 위치가 국회의사당 앞이었으니. 내가 탄 인차버스만 대열을 이탈해서 숙소 근처까지 데려다 줬다. 내가 내리자 모두 나에게 손을 흔들어줬는데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왜 아무 상관없는 동양인인 나에게 이렇게 잘해줬는지 모르겠지만 인데펜디엔테 아미고들이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다.